2011년 1월 인천교구 이주노동사목부 소식지 기고
이주노동자들도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고단한 삶 속에서도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함께 가정을 이뤄 서로 의지하며 삽니다. 그들 가운데 당연히 자녀들도 태어나게 되지요.
아기가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우리나라 많은 가정에서도 아기를 누군가의 손에 맡기게 되는 일이 많죠. 그런데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은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아직 젖도 떼지 않은 아이를 고국의 가족 곁으로 보냅니다. 조금 가까이 들여다보면, 부모는 합법적 체류 자격을 갖고 있다 해도 아이에게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키울 수 없습니다. 또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경우 부부 중 한 사람이 육아를 맡고 다른 한 사람의 수입만으로 생활하기엔 현실적으로 많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한국에 오기 위해 지불한 거액의 경비를 갚아가며 가족들에게 송금도 하고 또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하기에 한 사람의 벌이 만으론 너무 벅차합니다. 때문에 브로커들에게 거액의 경비를 줘가며 편법으로 아기를 집에 보내고 더 늘어난 빚을 떠안고 현장으로 돌아가 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이마저 출입국의 단속이 강화되어 아기를 가족에게 보내기 힘들어져 아기를 데리고 있으며 근심하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젖먹이 아이를 멀리 떼어 보내고 ‘돈벌이에 급급한 매정한 엄마’들은 아기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미안함에 남몰래 울음을 삼킵니다. 가족을 이룰 권리, 그 가족이 함께 살 권리, 특히 자녀가 부모님 품에서 사랑 받을 권리는 바로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기본권인데 이들 이주 노동자들에겐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태어나자마자 병원신세를 져야 했던 죠머, 아직 ‘엄마’라는 말을 배워보지도 못한 티린 그리고, 다른 많은 아기들이 그렇게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 품으로 갔습니다. 또 미등록자란 현실 때문에 아기를 보낼 수도 없어 하루하루 집안에서 한숨 쉬는 엄마와 있는 장탄, 유미, 남편 기숙사 한 켠에서 제때 예방접종 맞추는 것도 모르고 그냥 하루 하루 보내는 아멜리아와 아기 …
이주노동자 가정이 처한 이러한 현실의 무게 앞에서,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이국 땅에서 노동하는 그들이 물질적인 필요 앞에 삶의 우선적인 가치를 희생시키지 않고 부모로서 책임감을 갖고 온전한 가족의 모습으로 살 수 있을까 또한, 그들의 자녀들이 ‘안전한 우주’인 부모의 품에서 커갈수 있을까 하는 저희의 고민이 마침내 '품' 개원으로 구체화 되었니다.
2011년 새해, 엄마 아빠 품에서 행복하게 웃음짓는 아기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인터넷 흐린 화면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들 품에서 볼 수 있는 엄마아빠의 소박한 행복을 미리 그려보며 저희의 일이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경제적인 절박함 앞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으리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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