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방글라데시 한 젊은이가 고국으로 떠났습니다.
20대 초반에 와 여전히 20대인 그는 여느 젊은이 보다 성숙한 모습입니다.
6년 전 처음 한국에 온 이 친구는 미등록 상태에서 프레스공장에서 일하다 이듬해 오른손 네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고 그중 단 하나만 접합되었습니다. 이도 한마디가 줄어든 채... 사고당시 한국말도 능숙하지 않았고 부평농장 특성상 수지접합 전문 병원을 찾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채 동네 외과에서 수술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고 곧바로 종결처리 했습니다. 이 정도 상태라면 치료와 재수술로 긴 시간을 보냈어야 하는데...
불과 한두 달이라는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완치(?)된 리폰씨는 다시 다른 곳에 취업해 지금껏 성실히 일했습니다. 물론 미등록 상태에서...
평소 수줍음도 많고 말수가 그리 많지 않지만 임금체불 문제나 산재 재요양 문제에 부딪혔을 때 우선 스스로 할 수 있는 바를 찾아나서는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언어문제나 미등록이라는 체류 상태 등 혼자서 해결하기에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아 저희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함께 여러 차례 여기 저기 뛰어다닌 끝에 잘린 손가락을 연결했던 핀을 뽑기 위해 수술할 병원, 좋은 선생님, 산재에 관련된 서류 등 하나씩 해결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수술 받던 날, 마침 휴일이라 고민되기도 했지만, 이 친구가 보냈을 지난 시간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앞에 말씀드렸다시피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위험’이나 ‘절망’을 아직 단어 이상으로 접해보지 않았을 그 젊은이가 순간의 사고로 충격과 두려움 속에서 보내야 했던 그 시간, 잘려나간 손가락을 부여안고 온전히 홀로 마주했어야 했을 그 시간에 마음이 닿습니다. 수술의 위험 정도를 떠나 이 친구가 또다시 홀로 이 모든 시간을 떠올리며 다시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주저 없이 곧바로 병원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실 앞에서 수술 진행 내용을 담고 있는 모니터 화면을 올려다보며 묵주 알을 돌리고 있는데 이윽고 수술실 문이 열립니다. 침대에 누운 채 두려움이 가득 담긴 커다란 두 눈이 누군가를 찾느라 이리저리 해매고 있었습니다. 옆으로 다가가 눈을 맞추니 그제야 눈에 가득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이국땅에서 보낸 힘겨운 지난 시간들, 그 순간에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 앞에 스스로에 대한 회한이 무엇보다 컸으리라...
그 순간을 함께 하며 ‘하느님, 이 친구가 지금 이 순간 홀로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이곳에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친구와 함께 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퇴원 후 통원치료를 하며 사무실에 들른 리폰씨는 자신이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귀국 후 장래 포부에 대해 나눕니다. 그의 나눔을 들으며 우선 오랜만에 만나는 그의 가족 품에서 편히 쉬라고 권합니다. 왜냐하면 그가 떠나 있던 시간 동안 많이 변했을 그의 고국을 먼저 느끼고 차분히 하나씩 이루어 나가기를 바라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