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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사도3,6) |
| 로사 | 05-03 11:44 | HIT : 4,8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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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 이주노동사목부 5월 소식지 원고
어느 날 가족 중에 누군가가 또는 자신이 아프게 되면 질병의 경중에 대한 염려와 경제적 염려로 막막해집니다. 그런데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미등록 외국인인 경우 갑자기 아프거나 다치게 되면 그 어려움이 더욱 커집니다. 우선 덜컥 병에 걸리거나 다친 후 겪는 심리적 충격, 의사 앞에서 자신의 아픔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답답함, 익숙하지 않은 의료 시스템 앞에서 부딪혀야 하는 막막함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홀로 겪어야 한다는 데서 오는 고립감과 외로움이 그중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난달 노동자의 집엔 유난히 건강문제로 어려움을 겪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 아기, 넘어져 코뼈가 부러진 아저씨, 자궁에 근종이 생긴 아주머니...
이 어느 경우에도 노동자의 집 실무자들이 나서서 대신 해결해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해서 또 아직 충분히 이 분야에서 양성되지 못해 전문성이 없어서 제대로 도울 수 없다고 주저앉아 있기엔 눈앞에 서 있는 이분들의 짐이 너무 무거워 보였습니다.
‘우리가 그분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 앞에, 무엇보다 그들이 처한 상황 즉 지금 겪고 있는 막막함과 절망감 그리고 외로움 안으로 들어가 우리의 마음과 시간을 내어 놓으며 묵묵히 ‘함께’ 나누며 걷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바로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협력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의 한숨을 그냥 넘기지 않으셨던 성모병원 원목 신부님, 보험 없는 환자 수술비를 ‘내 병원이니 받고 싶은 만큼 받으면 된다’셨던 연세 이비인후과 원장님, 무료 수술을 위해 부족한 서류를 채우려 대신 발 벗고 나서준 동료 외국인, 이 모든 분들이 우리의 여정에 합류하여 그들의 실제적 어려움을 듣고 함께 답을 찾아 주셨던 협력자들입니다.
매달 소식지 원고를 준비하며 지난 한 달간의 삶을 돌아봅니다. 이 시간은 우리에게 맡겨진 일과 우리가 하고자 또 찾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확인하는 시간이자 사건들과 만남들 안에서 우리를 이끄시는 분의 자취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이 봄, 부활 시기를 사는 이때, 우리가 했던 여정을 다시 읽으며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우리도 가진 것이라곤 가난함과 미약함 뿐이라 해도, 우리가 파견된 그곳에서, 마음과 귀를 열어 우리를 부르는 이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그 길에서 만난 협력자들과 함께 ‘부활하신 분의 능력이 우리를 통해 일하신다.’라고 고백을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처럼 부활하신 그분의 이름에 신뢰를 두고, 경계를 넘어 모든 선의를 가진 이들과 함께 나누고 찾으며 계속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사도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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