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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선물 |
| 로사 | 04-28 17:13 | HIT : 7,1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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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 이주노동사목부 2월 소식지에 실었던 글입니다.
이번 달 우리 노동자의 집에선 “슬프고도 기쁜 이별”을 겪어야 했다.
우리의 오랜 이웃 수한이가 엄마와 함께 부모님 나라, 방글라데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미등록 이주민을 부모로 둔 수한인 이곳에서 태어나 살고 있지만 서류상으론 “존재하지 않는” 존재이다. 하지만 이곳 부평농장에서 수한이 만큼 존재감이 큰 아이도 없다. “아이고, 수한이 자기 나라 가버리면 웃동네 적막해져버리겠네. 어쩐다냐”라고 하시던 이웃 아주머니 말씀처럼 온 동네를 특유의 해맑음으로 가득 채웠던 수한이는 우리 ‘노동자의 집’의 둘도 없는 친구였다. 막 도착해 이곳 지리를 잘 모르는 저를 삼촌들-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부평농장 여기저기로 이끌며 이들의 삶 안으로 들어오게 해주었으며, 집에 방문가면 아몬드 한개, 대추 한 알이라도 더 입에 넣어주려 애쓰는 마음 예쁜 아이였다. 수한이가 떠나기 얼마 전 조심스레 건네던 ‘선생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을 자랑하고 싶다. 장난감인가 싶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달력종이와 티슈, 그리고 플라스틱 조각과 노란 비닐 테잎으로 만든 십자고상 이였다. 평소 왜 사람들이 선생님을 수녀님이라 부르냐며 갸우뚱하던 꼬마 무슬림, 수한이가 자신의 선물을 가리키며 “이게 바로 선생님이 기도하는 사람 맞죠?”라며 내가 주님이라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종이로 만들어 내보였다. 가만히 이 십자고상을 바라보니 우리가 감히 바라볼 수 없는 거룩함과 초월성을 지닌 신이 아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초라한 종이 십자가 위에 계시기를 허락하신 겸손하신 주님, 탄생에서 전 삶을 통해 가난한 이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사시길 원하셨던 그분이 우리 역시 그렇게 되라 말씀 건네신다.
정말 그렇다. ‘불법’인 아빠를 대신해 수한과 엄마를 도와 자진 출국 절차를 밟는데 역시나 불법으로 체류했던 이들의 출국은 쉽지 않았다. 비행기 출발 시간을 코앞에 남겨둘 때 까지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나란히 조사관 앞에서 서 있으면서, 마음 조여 가며 의심의 눈초리를 같이 견디고 그들을 대변하며 바로 이것이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라는’ 주님의 초대였음을...
지금 이 나라는 올해 여덟 살 이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도 또 엄마 아빠와 함께 살 자유도 주지 않습니다. 아빠를 홀로 남겨두고, 아직 만나보지 못한 누나와 가족을 찾아 떠나는 수한이가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알아주는 고국 땅에서 새로운 삶을 잘 시작하기를 온 마음으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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