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도 수녀회 - Soeurs du Prado ::

           글쓰기는 회원만, 리플은 누구나 가능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며...
로사01-04 17:37 | HIT : 3,971
* 이 글은 인천교구 이주노동사목부 후원회 소식지에 실린 글 입니다.


12월 말 어느 날,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어느 저녁, 투하씨가 저녁 초대를 했다. 일단 베트남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반가웠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아기도 키우는 투하씨가 그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는다는 게 왠지 무리가 아닐까 싶어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들과 우리들의 관계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관계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한끼 식사를 나누고 싶은 단순한 마음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우리를 초대하기 며칠 전 ‘품 놀이터’에서 있었던 딸 장탄의 두 돌 잔치에 감동해 모두가 진짜 가족 같은 마음이 든다며 눈시울을 붉히며 고백하던 투하씨 이기에 가족 같은 마음으로 오랜만에 방문을 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준비해놓은 여러 가지 음식을 방 한 가득 차려 져 있었다. 평소 투하씨 모습을 보면 당연히 이 자리에 우리들만 초대되지 않았으리라 쉽게 상상해 볼수 있다. 역시나 여러 베트남 친구들이 퇴근 후 모여 들었다. 처음 만나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은 음식만큼 맛있는 시간이 되었다.

공동체로 돌아와 조용히 앉아, 함께 보내 저녁을 떠올려 보았다. 다세대 주택 지하 비좁은 공간에서 나누었던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만남, 무엇보다 맛있게 먹는 우리를 보며 함박웃음 지으며 진심으로 기뻐하던 투하씨의 모습.

생각해보면 그녀는 캠프 때나 한국어 시험, ‘인조이아시아 축제’ 등 그 동안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 마다 늘 앞장서 친구들을 초대하고 함께 하고자 부지런히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등록 노동자로 저임금 노동에, 역시 미등록인 아이를 키우며 하루 하루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 하는 그녀가 자신이 처한 현실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형제적이고 열려있는 모습과 나눔의 기쁨을 알고 사는 모습은 나에게 저녁마다 성무일도 시간에 부르는 성모의 노래(마니피캇)를 진심으로 부르게 해준다. 내 삶이, 그리고 가난한 이들의 삶이 노래가 되고 기도가 되어 봉헌 될 수 있도록...

“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로다.
.............
미천한 이를 끌어올리셨도다.
주리는 이를 은혜로 채워주시고
부요한 자를 빈손으로.....”


         

258  그림자    박순녀 2012·01·22 3899
257    [re] 그림자    정안나 2012·01·24 4079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며...    로사 2012·01·04 3971
255    [re]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며...    루시아 2012·01·19 3898
254    [re]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며...    박순녀 2012·01·11 3893
253    [re]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며...    정안나 2012·01·09 4234
252  고급 사모님    박순녀 2011·12·19 4010
251    [re] 고급 사모님    정안나 2011·12·27 3791
250  희서니 마음 3종 셑트    박순녀 2011·12·11 4060
249    [re] 희서니 마음 3종 셑트    루시아 2011·12·15 3938

     [이전 10개] [1].. 11 [12][13][14][15][16][17][18][19][20]..[36] [다음 10개]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