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두 사람이 아주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한 사람이 사칠은 27이라고 하자 다른 한 사람이 사칠은 28이라고 바로 잡아주었다. 그런데 사칠이 27이라고 한 사람이 자기주장을 끝끝내 굽히지 않자 다른 사람도 계속 싸우게 된 것이었다. 결국 고을 원님에게 가서 사실을 가리게 되었다. 그런데 고을 원님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사칠이 27이라고 한 사람은 무죄석방하고, 사칠이 28이라고 한 사람에게는 곤장 수십 대를 치라고 판결을 내렸다. 나중에 곤장을 맞은 이가 이 판결에 대해 따져 물었다. 도대체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그러자 고을 원님의 답인즉, “사칠이 27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멍청한 놈과 끝끝내 싸우는 사람이 더 멍청한 놈이니 널 때리지 않으면 누굴 때리겠느냐?”
예전에 중국의 한 잡지를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된 우스개다. 1980년대에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던 중국의 저명한 작가 왕명은 이 소화를 자신이 본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극찬하면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분석하였다.
첫째는 싸우지 않는 지혜를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싸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분명한 상식 문제를 두고 싸우지 말아야 한다. 만약 싸운다면 바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씁쓸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데, 그건 바로 사칠이 28이라고 주장하다가 도리어 매를 맞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석궁사건’도 따지고 보면 결국 이런 경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현실에 대한 하나의 풍자라고 할 수 있는데 사칠이 27이라고 한 자가 거꾸로 무죄로 석방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 한바탕 웃었지만 나중엔 고개를 푹 숙여졌던 기억이 난다. 지나고 나면 별것도 아닌 일에 나도 ‘목숨’을 건 적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경우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해야 할까.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지 읺은가. 최근 무죄로 판명났지만 인혁당 사건의 관련자들은 너무도 애통하게 이미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무조건 예라고 하면서 명철보신해야 한다고 해야 할까.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까........생략
황희경/ 영산대 교수/ 중국철학 <한겨레 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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